𝕄𝕠𝕧𝕚𝕖

<밀양>, 악과 고통의 문제에 대한 인간의 주체성 (1)

A1ee 2020. 9. 2. 02:49

* 2020학년도 여름학기 서울대학교 교양수업 <인간과 종교> 레포트로 작성했던 글입니다. 영화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론

 세상에는 악과 고통이 만연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나 홍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뉴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인간들 사이의 사욕 추구, 그리고 그로 인한 갈등은 모두 우리 인간에게 극심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고통은 형태만 달리할 뿐,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악과 고통의 문제에 대응하며 고()의 세계를 살아간다.

 악과 고통의 문제에 대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고통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이유 없는 고통은 참지 못하지만, 이유가 있는 고통은 견딜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아무리 과학이 지배적인 세상이더라도, 과학이 제공하는 과학적, 합리적 이유는 인간이 알고자 하는 고통의 궁극적 이유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주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인간에게, 과학은 그 사람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려줄 수 있어도, 결국 왜 죽었는지는 결코 알려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는 과학적 이유 너머의 궁극적 이유, 존재론적 이유인 가 필요하다. 그리고 종교는 인간에게 이 존재론적 이유를 제공한다. 그래서 인간은 종교를 믿고, 종교는 고통받는 인간에게 고통의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인간이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을 돕는다.

영화 <밀양> 포스터

 영화 <밀양>은 다양한 종교 중 기독교를 중심으로 악과 고통의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생각해볼 점이 있다. 기독교는 하나님, 곧 유일신의 존재를 믿는다. 그 신은 선하고, 또 전능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악과 고통이 가득하다. 왜 선하고 전능한 신이 있는데 이 세상에는 악과 고통이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신은 선하지 않거나, 전능하지 않거나, 혹은 악과 고통이 사실 환상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기독교에서는 이렇게 세 명제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세 명제가 상호모순에 빠지며 발생하는 난제를 trilemma라고 부르는데, 기독교에서는 이 난제를 극복하고 신의 선함과 신의 전능함을 변호하기 위한 신정론(Theodicy, 神正論)을 말한다. , 신정론은 쉽게 말해 현존하는 악과 고통의 문제에 대해 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이론이다.

 영화 <밀양>에서는 인간이 겪는 악과 고통의 문제와 인간을 다루며 이러한 신정론의 모습 역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글에서는 영화 <밀양> 속에서 주인공 신애를 중심으로 인간이 현존하는 악과 고통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영화의 흐름과 함께 살피고, 그 과정에서 신정론의 모습과 그 한계, 그리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인정론의 입장을 다루고자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밀양(密陽)’의 의미, 그리고 영화 <밀양>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논하며 글을 마칠 것이다.